저희 교회의 게시판을 보면 교회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새로운 글이나 사진, 소식으로 반짝 거립니다.
저도 오랜만에 글을 올리려고 보니 목사님과 전도사님의 글이
따끈따끈하게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글이라는 반짝임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 위에 또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한 생각까지 듭니다.
저는 지금 망을 보고 있습니다.
누구를 망 보고 있느냐고요?
저희 집 강아지입니다.
얼마 전 집 잃은 강아지라며 저희 집 마당에 두고 간 강아지입니다.
꼬리가 건강하게 말아 올라간 하얀 색의 진돗개입니다.
처음 온 날부터 원래 이 집에서 살았다는 듯이 저희 집을 자기 집으로 삼고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평안하고 활발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소원대로 어제는 거금 들여 예방접종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마당에서 재웠으나 어느 비오는 날 밤에 하도 현관문을 긁으며
낑낑대기에 베란다에 들여 놓았습니다.
베란다 바닥에 가득 신문을 깔아 놓았습니다.
어린 강아지들은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한 곳에도 실수한 흔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날부터 거처가 베란다가 되었습니다.
어느 진도견 애호가가 쓴 글에 보니 진돗개는 자신의 밥그릇에서
가장 먼 곳에다 용변을 보는 결벽증이 있는데,
외국 것들은 자기 먹은 밥그릇 옆에서 배설을 하는,
똥 오줌 못 가리는 것들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어린 것이 밤새 참아 아침에 문 열어 줄때까지 끽 소리가 없으니 기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털도 안 빠지고 하여 다 좋은데 거실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늘 닫아 놓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 강아지가 얼마나 주인을 사모하는지 문 여는 기색만 보이면 하얀 꼬리를
좌우로 바쁘게 저으며 쪼르르 달려 안방이며 부엌, 아이들 방으로 마구 돌진을 합니다.
날이 더워지니 늘 문을 닫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오늘은 제가 이 강아지의 버릇을 고치려고 작정을 하였습니다.
파리채를 갖다 놓고 발을 디밀 때마다 때려 주었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좀 살살 때리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계속 시도를 합니다.
한번은 깨갱 소리가 자지러지도록 독한 마음먹고 때렸지요.
그 다음부터 좀 눈치를 보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안 보이는 틈만 있으면 안방이나 아이들 방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우스운 것은 저를 보면 무서워서 오줌을 지려요.^^
으이그~~
하는 짓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으세요?
저희 집 강아지가 아무리 호감 가는 하얀색 털에,
총명한 쌍꺼플 눈이 빛나도 영역은 베란다 밖입니다.
아무리 꼬리를 일 분에 백번씩 친다고 해도 주인의 뜻은 바뀌지 않아요.
뭔가 좋을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으로 집안에 들어 와도 기다리는 것은 회초리뿐이지요.
자꾸 고집을 부리기에 등줄기를 잡아서 던져 버렸어요.^^
이제 포기를 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얌전하게, 열린 문 앞에 앉아 있습니다.
저 강아지는 아마 제가 해봤던 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기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데..
왜 못 들어가게 하지?
아주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한 것 같은데...
이 신발만 늘어 놓은 여기보다는 분명 굉장히 좋을텐데.
저는 내일까지 기회를 줄 것입니다.
이 버릇 들이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강아지는 다시 밖에서 자야 할 것입니다.
모기가 물고, 비가 들이쳐서 축축하기도 하겠지요.
주인의 뜻을 빨리 알아차리고 순종하는 자에게는 평탄함이 따를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늘 유혹 앞에서 저 강아지처럼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좋을거 같은데 ......
왜 안돼요?
작성일 : 07-06-20 15:19
조회 :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