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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주택에 사는 저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집 앞에 마당이 있다는 것입니다.

잔디가 파랗게 깔려 있거나 멋지게 굽은 소나무가 심겨진 정원은 아닙니다.

어느 바람을 타고 날아와 떨어진  명아주며 질경이 고들빼기,

강아지똥 꽃이  자기들 멋대로 여기저기 고개를 내민 자유분방하기 이를 데 없는 장소입니다.

아파트의 화려하고 다듬어진 정원과는 비교할 수 없으나

저에게는 여유와 휴식을 제공해 주는 귀한 곳입니다.

아침에 밥을 짓기 전에 마당을 둘러 봅니다.

새롭게 조성한 꽃밭이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말없이 저를 반기는 꽃들과의 만남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요즈음에 저에게 큰 기쁨을 주는 꽃은 장미입니다.

하얀 색의 넝쿨장미입니다.

탁구공만한 크기의 꽃송이가 얼마나 다닥다닥 풍성한지 ......

집을 나설 때, 들어 설 때 눈길이 그 꽃에 머물며,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 줍니다.

작년 이맘때쯤 마당의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나마 있던 꽃들은 포크레인의 육중한 발길 아래 스러졌습니다.

남편은 저를 위한 화단이라며 울타리 쪽으로 공간을 구분하여 주었습니다.

장미 몇 그루를 심고 싶었습니다.

꽃시장에 가 보았습니다.

조금 아담하게 꽃송이가 달린 나무는 제 주머니 사정과 맞지 않았습니다.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노랑 장미가 저를 유혹하였으나 터무니 없이

비싸서 살 수가 없었습니다.

몇 개의 허술한 꽃송이를 달고 있는 하얀 넝쿨장미를 두 그루 샀습니다.

영양이 부실해서인지 잎조차도 누런색이 돌아 건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하얀 팬스 울타리를 탐스럽게 휘감고 올라가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씨앗보다 더 결실하는 것이 넝쿨인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아이보다 내 자식이 잘나 보이는 것처럼

그 어떤  장미도 저희 집 울타리의 하얀 장미보다 예쁘지는 않습니다. 

이 하얀장미를 보며 옥토밭에 뿌려진 씨앗 생각을 합니다.

만일  화분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면 이렇게 씩씩하게 넝쿨을 뻗을 수는 없었겠지요.

작년 한 해 동안  옮기워진 장미는 몸살을 하며 자리를 잡느라 애를 썼습니다.

좋은 땅에 자리한 장미처럼

하나님의 말씀의 밭에 깊은 뿌리를 내려서

누구나 흠모할 만한, 벌과 나비가 날아드는 그윽한 향기를 품은 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