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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기는 명절이나 되어야 먹는 음식인 줄 알았다.

명절 외에 고기를 맛볼 수 있는 때는 가족의 생일이나 귀한손님이 왔을 때였다.

집에서 기르던 닭 중에서 달걀을 낳기에 너무 늙은 암탉이나

별 쓸모없는 수탉을 골라내서 손님도 대접하고 온 식구의 영양 보충도 할 겸 큰맘 먹고

잡는 경우였다. 그 날이 바로 잔칫날이요, 고기를 먹는 날이었다.

가마솥에 푹 고운 닭살을 어머니의 손으로 일일이 뼈를 골라내고 먹기 좋게 잘게 찢어서 나눠주는 대로 먹으면 그뿐이었다. 더 먹고 싶다고 더 주는 것도 아니었다.

닭 한 마리 살이 얼마나 되겠는가?

모르긴 해도 어머니는 고기 한 점도 제대로 입에 넣지 않으셨으리라.

기껏해야 닭을 삶아낸 육수에 찹쌀과 마늘 대추를 넣고 끓인 닭죽으로 만족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이제야 내 목이 메어온다.

닭을 잡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아버지가 출타하시고 내가 닭을 잡게 되었다.

어렵사리 닭을 잡고 털을 다 빼고 맛있는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그날 저녁,

모처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때였지만 나는 닭고기는커녕 국물 한 술도 먹을 수가 없었다.

발버둥 치던 닭의 모습이 어른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심약하던(?) 내가 이제는 아버지가 되어 크고 작은 고기들을 손질하고서도 잘만 먹는 담대한(?) 사람이 되었다. 대부분의 고기 손질은 연약한 아내 대신 내 몫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큼지막한 홍어를 손질하게 되었다.

굵은 뼈와 가시 그리고 아가미를 떼어내고 홍어탕을 끓이기 좋도록 토막을 내고 내장을 손질하게 되었다. 간, 쓸개, 위 등 내장을 손질하고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을 만지는데, 그 속에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 그래서 그것을 뒤집어보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홍어가 잡히기 전에 잡아먹은 생선이 반쯤 소화된 상태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일찍 삼킨 고기들은 살은 거의 소화되고 뼈만 남은 채 서서히 분해되어가고 있었고, 삼킨 지 더 오래된 고기들은 날카로운 뼈조차 모양이 부드럽고 둥그렇게 변화된 채 거의 소화 완료된 상태였다.

흔히 성경 읽고 은혜 받는 비결을 말할 때 생선을 먹듯 하라는 말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먹기 좋은 살을 먼저 먹고 그 후 머리나 내장을 먹고, 그 다음 뼈 사이에 붙은 살을 발라먹고

뼈까지 먹거나 아니면 갈아서 먹으라지 않던가?

대부분 뼈를 안 먹고 버리기에 뼈째 먹는 멸치가 건강에 매우 좋다고들 말한다.

홍어 속을 들여다보면서 내 생각과 달라도, 순종하기 힘들어도,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가슴 깊이 새기는 것이 은혜요 복임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