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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유난히 추움을 느낌니다. 3한4온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 버렸는지 내내 춥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따뜻한 축에 속한 날이었습니다.

간밤에 눈이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찍 출근하여 눈을 치웠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주차장이 제법 큰지라 눈이 오면 그 치우는 것이 보통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눈이 자주 오면...

눈을 치우며 언젠가 읽었던 '성자가된 청소부'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즐겁게 청소하고 있는 한 청소부에게 '뭐가 그리 즐겁냐'고 물었더니
'나는 지금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아름다운 세상의 일부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고
대답하였다는 그 구절을 떠 올리며
'나도 이렇게 눈 치우다 보면 성자가 될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

눈을 청소할때 여러가지 도구를 동원합니다.

조금 내리는 눈에는 거리의 환경미화원들이 쓰는 초록색 청소용 빗자루를 쓰면 좋습니다.
순수하게 두 팔을 이용해야하니 제일 힘이 많이 드는 도구이지만,
여러 도구 중에서 가장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집니다.
그래도 자동차 지나간 타이어자국 등은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적당히 내린 눈에는 까만 넉가래를 씁니다.
여럿히 함께 밀어내다 보면 사람간의 우정도 생기고
일하는 사람이 지나간 곳이 바로 보여지기 때문에 보람도 생기고...
어째든 자동차 타이어 자국 등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눈이 많이 내리면 트랙터를 부르기도 합니다.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여간 편하지 않습니다.
트랙터가 일할때는 그저 트랙터가 흘리고간 옆자락만 치우면 됩니다.
그러나 자동차 타이어 자국외에 트랙터 타이어 자국까지 명확하게 남기고는 합니다.

여하한의 도구를 이용해서 하얀 눈덮힌 세상을 까만 아스팔트 바닥으로 돌리려 애를 씁니다.

그렇게 여하한의 도구를 사용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면,
그 다음은 하나님께서 아주 조용하게 일하십니다.
사람처럼 힘들이지도 않으시고, 트랙터처럼 매연을 뿜지도 않으시지만,
까만 도화지위에 낙서해 놓은 듯한 각종 타이어자국까지 고스란히 지워 버리십니다.
어떤 날에는 까만 도화지위에 흐물흐물 신비로운 아지랑이를 보여주기도 하십니다.
언젠가 봄의 따스함이 이 겨울의 추움을 완전히 몰아낼 그날엔
그 신비로운 아지랑이는 더욱 또렷히 보여질 것입니다.

오늘은 트랙터를 불러 두어 시간만에 눈청소가 끝났습니다.
엊그제는 낮에 눈이 와서 대여섯 시간정도 빗자루 질을 하였습니다.
함께 청소하는 어떤이는 이제 지겹다고 눈이 좀 덜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는 눈청소하느라 고생하였다고 말해줍니다. ㅋㅋ

그런데, 사실은 눈청소하는 것이 그리 나쁘거나 힘든 것만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좋을 때가 더 많습니다.

혼자서 중얼중얼 기도도하고
이러다 성자가 되는 건 아닐까 상상도 하고
사람의 부족함을 말없이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일하심도 구경하고...

오늘도 눈을 치우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