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5-07 10:39
 조회 :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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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여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저희 집도 예외 없이 한바탕 북새통을 치루어야 합니다.
아이 셋과 남편까지 같은 시간대에 움직이다 보니 요란스럽습니다.
아이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스스로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합니다.
문제는 저와 남편입니다.
특히 제가 상을 늦게 차리거나 와이셔츠 다림질을 아침에 하는 경우도 많아서 아이들이 성화를 합니다.
저동고까지 가야 하는 저희에게는 아침의 시간은 황금과도 같습니다.
이럴 때 골목길을 막고 차를 세워놓은 사람, 나오지 않아야 할 곳에서 비집고 나와서는
버벅거리며 가지 못하는 차를 보면 저같이 성격 좋은 사람도^^
"으이그~ 이 세상은 왜 이리 무례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
하고 궁시렁 거리게 된답니다.
오늘 아침에도 가족 모두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신도시를 벗어나 대화마을을 지나 저희 동네로 돌아 오는 길은
몇년 전만 해도 한가한 길이었습니다만 요즈음에는
대화 마을과 가좌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애용을 하는 바람에 출퇴근 시간대에는
차량의 통행량이 매우 많습니다.
앞 차들을 따라 들어오다 이제 우회전 꺾어 들기만 하면 동네 어귀에 들어섭니다.
저의 앞차는 택시입니다.
택시는 직진을 하려 하고 있는데 저희동네 마을버스가 마을에서 나오면서 좌회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택시는 멈추어야 하는데 일부러 더 바짝 진행을 합니다.
좌회전을 하던 덩치 큰 버스는 각도가 나오지 않아 멈추어 섰습니다.
택시가 후진을 조금 해 준다면 버스는 돌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차가 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차량은 양쪽 다 쫙 밀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택시기사가 내립니다.
운전하다보면 제일 조심해야할 사람이 택시 기사분이라는 거 아시지요?
일초를 못 참지요.
그러면서도 우회전 할 수 없도록 막고 있는 차를 보면 영락없는 택시지요.
이해 할 수 있어요.
시간이 곧 돈이다 보니 얼마나 마음이 조급하겠어요.
돈 못 버는 제가 양보해야지요.^^
버스는 또 배차시간에 맞추어야지요.
차는 밀리지요.
그러다 보면 자연적으로 과격해 질 수 밖에 없어요.
그것도 이해 할 수 있어요.
어차피 덩치로도 제가 상대가 안 되는 거고요.
암 그렇지요. 많은 사람을 태우고 가는데요. 모든 승용차가 양보를 해야지요.
그런데 오늘 같은 경우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자기들끼리 길을 막고 싸우는 것은 못 참겠다고요.
누구인가는 양보를 해야지 서로 바쁜 길을 갈 수 있잖아요.
택시는 직진 우선을 주장하고 버스는 대중교통 우선을 주장합니다.
둘 다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둘이 다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 우리 모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빨리 길이 소통되기를 소원할 뿐입니다.
서로 소리 지르고 싸우는 사이 다혈질 승용차 운전자까지 심판자로 나섭니다.
다행히 우측으로 나있는 주차장에 아직 차가 대있지 않아서 저는
그곳으로 우회전 해서 들어올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저들이 자기 주장을 하는 한 오늘 중으로 싸움이 끝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서로 옳으니까요.
버스에 타고 있는 저희 마을의 순진한 어르신들은 저 못돼 먹은 택시에게 화가 나셨습니다.
또 저 택시에 편승한 손님들은 왜 저 버스가 우회전을 시도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까이 있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테니까요.
그들은 모두 흑백 논리로 주장합니다.
내가 맞았기 때문에 너는 틀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삼자인 제가 내는 정답은 ‘둘 다 틀렸다’ 입니다.
싸움의 결말은 상처와 분노의 감정입니다.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누가 이긴다 해도 그것은 비참한 승리일 뿐입니다.
버스나 택시가 되어서 쓸데 없이 길을 막고 있지 않기를
이기적인 나의 본성으로 인해
한 없이 밀려 있는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조심스레 생각해 보는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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