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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느지막하게  정들여 살던

집과 고향 떠나  낯선 길 나섰다네.

늙어 굽은 등에  배낭하나 걸러메고

5년 신어 낡은  슬리퍼 매어묶고

색바랜 깔판 말아다니  짐무게가 만만찮네.

골라내고 골라내어  짐 줄인다 줄였건만

역시나 무거운 짐  힘에 점점 부친다네 

땀에 젖은 흰 머리가  휑하니 속보여서

애들이 즐겨쓰는  모자로 덮었다네.

내가 나를 보기에도  영락없는 내 아버지

늙은 내 아버지  거울 보듯 닮아가네.

길 따라 물길 따라 하늘 길 따라  하늘 나그네 처럼 길 떠나네 

언제 끝날지 어디가 끝인지  그 분은 알겠지만 나는 모른다네 .

함께 놀던 친구들이 나를 보고 이상한 길 빠졌다고 혀 찬다네 .

친구도 풀밭 길 같아  자주 오가지 않으니 

그 길은 없어지네. 참으로 서럽다네.

명예나 재산없어  내려 놓을 것 없었다네.

할 일도 없었다네.  길 떠나기 쉬웠다네.

십자가의 길 간다  듣기도 부끄럽네.

정말 그리 뭐  대단한 길 아니라네.

나 좋아 선택한 길이라  이름은 달았지만

이 길 밖에는  다른 길 없었다네

잘 보이지 않는다네  잘 들리지도 않았다네.

그러나 분명한 건  말씀은 있었다네

음성 듣고 나선 길에 왜 가니? 어디 가니?

미쳤느냐?! 묻지 말게

큰산이 길 막아서면 때로는 핑계삼아

휑하니 뒤 돌아서  후회 할길 가고 싶네.

나라와 민족 위한  애국의 길 이라면

영웅처럼 보란 듯이  업적이라 내 놓련만

결과도 모른다네  손익도 모른다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오라는 곳 없어도  길 있으면 찾아 갔네.

비웃음 욕지거리  오지 말라 돌 던져도

억지 웃음 지으면서  길 따라 다가갔네.

길가에 주저 앉아  거지처럼 밥도 먹고

그 마져도 없을 때는  굶기도 했었다네.

땀에 젖고 모기에 뜯기면서

새우처럼 등을말아  쪼그리고 잠을자네

밤이슬 이불삼아  별을 보고 잠을자네

딸린 식솔 수십명  입고 먹고 재우자니

더위에 불 떠나고  젖은 손 마를 날 없네

객지 나와 돈 걱정에  잠 못자고 뒤척이네.

죽 쒀 먹인 애들에게  배 꺼질라 뛰지마라

가난했던 어머니를  이제서야 그 맘 아네.

반 바지에 등 짐지고  슬리퍼 끌면서

두 발로 걸어  지구촌을 다닌다네.

이곳 저곳 고생 길엔  구경도 겸했기에

견문도 많아지니  이것이 늙으막에

과분한 축복이지  무엇이 복이겠나.

내 손에 쥐어진 건  내가 아는 좋은 소식.

전해 줄 좋은 소식  복음이란 능력 일쎄

오직 이것 말고 더하여 무엇하리

있으면 좋으련만 없어도 정말이네.

그러나 나는 아네  분명한 한 가지를 

내가 가는 이 길 끝에  누가 나를 기다릴지.

생명 바쳐 날 사랑한  내 주님 만난다네.

그 품에 안긴다네  그땐 나 말 하겠네.

나 주님 사랑 했노라  영광의 내 주님을 ...

인치일 선교사